KWCAG 2.2 변경 사항 톺아보기 시리즈
이 검사 항목은 흥미롭게도(?) 현재 권고안(Recommendation)인 WCAG 2.2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KWCAG에는 존재한다. 분명 KWCAG 2.2 변경 사항 개요에서도 KWCAG 2.2는 WCAG 2.1과 WCAG 2.2의 일부 항목들이 추가되었다고 했는데 이것 만큼은 WCAG 2.2 REC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KWCAG 2.2가 논의 되던 시점에 참고 된 WCAG 2.2는 아직 초안(draft) 상태였다. 그리고 KWCAG 2.2가 국가 표준으로 등록되는 과정 중에 WCAG에서 해당 SC가 삭제되었기 때문에 현재의 기이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조금 더 상세히 이야기하자면,
- WCAG 2.2의 최초 초안 (first draft)에서는 이에 관한 SC가 없었다.
- 두 번째 초안에서 2.4.13. Fixed Reference Points 라는 이름으로 관련 내용이 추가 되었고 이 SC가 KWCAG의 고정된 참조 위치 정보 검사 항목이 된다.
- 세 번째 초안에서 2.4.13 Page Break Navigation라는 이름으로 변경되면서 SC 내용에도 변경이 발생한다.
- CR(Candidate Recommendation) SnapShot 단계에 올라오면서 해당 SC는 완전히 삭제되게 된다. (w3c github)
- 그리고 지난 10월 5일 WCAG 2.2가 권고안으로 발행되었다.
이 글에서는 이 모두를 동시에 언급할 거다. 이 모두를 언급하는 이유는 KWCAG 2.2 제작 기법에서 이 검사 항목에 대한 내용이 다소 오해하게 작성되었고 지침의 내용을 충분히 올바르게 제공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KWCAG 2.2 신규 지침에 대한 제작 기법 집필에 참여했을 당시 이 검사 항목은 다루지 않았었고, 이후 다른 분에 의해 작성된 후에도 이 항목에 대한 감수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글 본문에서 써내려 갈 이견들을 제안할 기회가 없었다.
오해가 없길 바라며 한 마디를 더 보태면, 이 검사 항목에 대한 제작 기법을 작성한 이가 틀렸다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단지 WCAG로부터 도입된 검사 항목이고 그렇기 때문에 WCAG가 이 검사 항목을 추가한 의도를 아는 것이 중요하고, 또 왜
삭제되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모호함을 일으키거나 오해하기 쉬운 제작 기법은 이 의도를 반영하지 못하게
만들 소지가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적어도 이 내용에 대해 감수를 진행하기만 했더라도 오해의 소지를 덜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을 뿐…
무튼, 이러한 배경을 기억하고 아래 본문을 읽어가기를 바란다.
검사 항목
우선 KWCAG에서의 검사 항목 내용을 보면
전자출판문서 형식의 웹 페이지는 각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야 하고, 서식이나 플랫폼에 상관 없이 참조 위치 정보를 일관되게 제공·유지해야 한다.
고 되어 있는 반면 WCAG Fixed Reference Points에서는
When a web page or set of web pages is an electronic publication with pagebreak locators, a mechanism is available to navigate to each locator and each locator maintains its place in the flow of content, even when the formatting or platform change.
라고 기술된다.
같은 내용인 것 같지만 다른 점은 KWCAG에서는 모든 전자 출판 문서 형식의 웹 페이지가 이 검사 항목의 대상이 되고, WCAG에서는 pagebreak locator [1] 를 가진 전자 출판 문서 형식의 웹 페이지가 이 SC의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의도
우선 KWCAG에서 이 검사 항목의 의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전자출판문서 형식의 웹 콘텐츠를 운용하는 데 매우 유용한 기능과 정보가 일관되게 제공되기 때문에 콘텐츠를 확대해서 사용하는 사용자(저시력, 지적장애, 고령자 등)가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사실 WCAG에는 이런 내용이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이 내용은 실제로 다른 SC에 해당한다.
우선 WCAG에서 설명하는 이 SC의 의도를 먼저 살펴보면
The purpose of this success criterion is to allow people using assistive technology to find references to content based on the page break locators found in the default view or printed version of a publication.
…
Digital publishing has provided valuable access to content for people who are blind, have low vision, dyslexia or other cognitive disabilities. In order to consume the information the content may be adapted to use a different layout, or presented to them using assistive technology. If there is no clear way to find a specific page from the print version that was referenced by a professor in class, because the electronic version is zoomed-in and that paragraph is on page 145 of the user's version of the content, the user misses out on valuable and sometimes critical information to understanding the reference.
라고 설명하고 있다.
위 내용에서 핵심을 뽑아보면 “디지털 출판물의 정보를 소비하는데 다른 레이아웃을 사용하도록 조정되거나 보조 기술을 사용하여 제공될 경우, 교수가 수업 시간에 가리키는 인쇄본에서의 특정 페이지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 정도로 추려볼 수 있다. (참고로 여기서 인쇄본은 웹 페이지를 인쇄한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말 그대로 활자 인쇄본 그러니까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볼 수 있는 그런 것이다.)
물론, Page Break Navigation SC에서는 내용 변경이 발생하지만 적어도 KWCAG 2.2 개정에 도입되었을 당시의 의도는 위의 것이 맞다.
그러니까, “자 모두 223페이지를 봅시다”라고 했을 때 인쇄본을 보고 있는 사람이든 웹 페이지로 보는 사람이든 보조 기술을 이용해서 보는 사람이든 같은 곳을 볼 수 있도록 보장하자는 것 일거다.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KWCAG 제작 기법 2.2에서의 설명을 보면
전자출판문서 형식의 웹 콘텐츠를 제공할 경우, 사용자가 콘텐츠의 조작을 더 용이하게 하기 위해 각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는 기능과 현재 위치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때 콘텐츠의 확대/축소 등으로 서식이 변경되거나 임의의 페이지로 이동하더라도 각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는 기능과 위치 정보가 사라지거나 제공된 위치가 변경되지 않도록 구현해야 한다
고 되어 있다.
각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는 기능 제공
일단 KWCAG는 페이지 구분 로케이터의 제공을 기본 요건으로 하기 때문에 “각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는 기능과 현재 위치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기술된다.
반면 WCAG에서는 페이지 구분 로케이터를 제공한다면 이 페이지 구분 로케이터가 SC를 만족해야 한다는 부분이기 때문에 페이지 구분 로케이터의 제공 여부는 SC에서 따질 부분은 아닐 것이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제공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KWCAG에서의 페이지 구분 로케이터 필수 요구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현재 위치 정보 제공
여기서 제공하라는 “현재 위치 정보”가 무엇일까? 너무 당연하게 지금 내가 위치해 있는 위치를 식별할 수 있는 정보라는 데에는 그 누구도 이견이 없을 거다.
그럼 앞서 살펴봤던 이 검사 항목의 의도와 연관 지어 살펴보자.
웹 페이지에서 콘텐츠를 보고 있든, 인쇄물에서 콘텐츠를 보고 있든 간에 10 페이지를 보자고 했을 때 내 현재 위치를
알아야 내가 10페이지를 보고 있는 것이 맞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현재 위치 정보는 단순히 내가 보고 있는 페이지가 아니라 인쇄물과 웹 페이지 간 동일한 위치를 가리키는 정보여야 한다.
때문에 사실 KWCAG 제작 기법에서 안내하고 있는 내용 중 ‘잘못된 사례 2.4.4.-F1 페이지 구분 정보 미제공’ 섹션은 자칫 전혀 엉뚱하게 이해할 소지가 높다.
제작 기법에서는 전체 페이지 정보와 현재 페이지 정보를 제공하기만 하면 개선이 되는 것으로 이해하여 자칫 이지네이션을 추가하기만 하면 될 것으로 오해하기 쉬운데, 여기에는 인쇄 버전과의 동일한 위치 참조가 배제되어 있다.
그러니까 총 페이지 수와 현재 페이지 수가 제공되되 인쇄물의 것과 일치 되는 정보가 제공되는 것이 이 지침의 목적에 맞는 검사 항목이 된다.
혹자는 “아니, 전자출판인데 인쇄물이랑 페이지가 달라지는게 있나?” 할 수도 있는데 한 가지 사례로 RIDI를 보면 쉽게 그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필자는 눈의 피로도를 매우 쉽게 느끼고 컨디션에 따라 난시를 겪는 편이기 때문에 글자 크기나 굵기를 조정해서 보는 편인데, RIDI의 경우 PDF 포맷 콘텐츠를 제외하고는 글꼴이 변경되면 화면 크기에 맞게 페이지가 조정되고 전체 페이지 수와 현재 페이지 위치가 변경된다.
웹 페이지에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구현한다면 전자출판물이 인쇄물과 일치하는 페이지를 가진다고 신뢰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그렇다면 무조건 웹에서 보는 페이지와 인쇄물 페이지는 반드시 일치해야 하는가?로 빠질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앞서 언급한 RIDI와 같은 방식에서는 제공된 페이지 수와 인쇄물 수는 달라질 수 밖에 없고 글꼴을 키우는 것은 사용성 면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따라서 웹 콘텐츠에서 제공하는 페이지와 인쇄물 페이지의 위치 정보가 달라지게 된다면 인쇄물 페이지의 위치를 알 수 있는 정보가 추가로 제공되게 하는 것이 적절할지도 모른다.
특정 페이지로 이동 기능 제공
누군가 100페이지를 봅시다 했을 때, 인쇄물을 보는 사람이든 웹 콘텐츠로 보는 사람이든 모두 동일하게 100페이지로 이동
할 수 있어야 한다.
너무 당연한 거 아니야? 할 수 있지만 생각보다 이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
바로 직전에 언급했던 것처럼 웹 콘텐츠에서 제공하는 페이지와 인쇄물 페이지의 위치 정보가 다른 경우 웹 콘텐츠에서 제공하는 페이지를 이동하는 기능만 존재한다면 인쇄물 페이지로 이동하기가 매우 불편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글꼴로 인해 4배 정도의 페이지 차이가 발생한다면, 인쇄물의 100페이지로 이동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단순히 이와 같이 페이지 이동 기능을 제공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닐 수 있게 된다.
안타깝게도 제작기법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다루지 못하고 있다.
기억했으면 좋겠다. 이 지침의 목적은 인쇄물을 보는 사람이든 웹을 이용해서 보는 사람이든 동일한 페이지 위치로 이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이지, 단순히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기능이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
그 외 동의하지 않는 한 가지
KWCAG 2.2 제작기법을 보면 위 두 가지 외 다른 추가 내용이 존재한다.
콘텐츠의 확대/축소 등으로 서식이 변경되거나 임의의 페이지로 이동하더라도 각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는 기능과 위치 정보가 사라지거나 제공된 위치가 변경되지 않도록 구현해야 한다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서식이나 플랫폼에 상관 없이 참조 위치 정보를 일관되게 제공·유지해야 한다”를 완전히 오해석하여 발생한 내용이라고 생각된다.
서식이나 플랫폼에 상관 없이 참조 위치 정보가 일관되게 제공·유지 되어야 한다는 것은 글꼴이 크든 작든, 웹이든 인쇄물이든 참조 위치가 변경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하는데 이를 완전히 잘못 해석하여 전혀 다른 원칙인 perceivable(인지 가능)의 1.4 distinguishable(구별 가능)의 1.4.10. reflow(리플로우)를 끼워버렸다.
제작 기법에서 들고있는 잘못된 사례 2.4.4-F2 를 보면
콘텐츠 확대 시 페이지 구분자 및 페이지 이동 기능이 사라지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WCAG를 기준으로 보면 이는 1.4.10 reflow의 실패 사례에 해당한다. 그리고 KWCAG에서는 reflow는 검사 항목으로 두고 있지도 않다.
물론 저 내용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당연히 저렇게 되면 문제인 것은 맞다. 하지만 운영의 용이성(Operable) 원칙에서 인식의 용이성(Perceivable) 원칙을 검사하는 것은 다소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애초에 WCAG 기준으로 보자면 각 SC는 다른 SC를 상호 참조하지 않고, 각 SC가 독립적으로 작동한다. 위 상황을 보면 fixed reference points에서 위배되지 않더라도 reflow에서 위배되기 때문에 결국은 문제가 되는 셈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만약 reflow에 해당하는 검사 항목이 없어서 문제가 된다고 여겨졌다면, 인식의 용이성에 관련 내용이 추가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운영의 용이성에서 인식의 용이성 내용을 검사하도록 할 것이 아니라.
WCAG에서 fixed reference points가 사라진 이유
본래 KWCAG 2.2 제작 기법 초안을 작성하던 중 이 지침은 WCAG에서 조차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추이를 보고 작성하자고 했던 것이 그대로 홀드 된 부분이었다. 물론 홀드 되기 전에 이 SC를 대강 훑어 봤기 때문에 매우 가볍게만 이해하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후 접근성 관련 세미나에서 이 SC에 대한 설명이 나올 때 무언가 잘못 설명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모 사에서 신규 지침에 대한 강의를 요청했을 때 WCAG에서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유를 자세히 추적해보기 시작했다.
github에서 이 SC를 추적해보면 논의가 진행되던 중에 갑자기 SC에서 삭제되었으니 닫는다는 식의 종결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명확한 내용은 이유는 추적할 수 없었지만 논의에서 공통되는 것들은 각자의 의견에 합의가 쉬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Are online word processing and slide applications in scope for 2.4.13 Page Break Navigation를 보아도 page break의 범위를 정하거나 이에 대한 기술에 대한 다른 의견들이 펼쳐지는 걸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github issue를 살펴보면 용어에 대한 정의에 각자 혼선이 있는 것들도 어렵지 않게 엿볼 수 있다.
이미 관련 브랜치도 삭제되어있고 W3C 내부 회의록에는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명확한 이유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아마도 이러한 여러가지 혼선과 규정에 대한 합의가 도출되지 않아 마일스톤에서 배제된 것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접근성이라는 범위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판단했거나 아직 규정할 만한 기술이 충분하지 않아서 배제되었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어쨌든 결론적으로 WCAG에서는 사라진 SC가 KWCAG에서는 살아있는 다소 기이한(?) 상황이 되었다.
아마 이제 문제는 접근성 심사 기관에서 이 지침을 어떻게 검사할 것 인지의 문제 일거다. 이쯤되면 그냥 전자출판물은 웹 페이지에 끼우지 않는 게 답인 것 같기도 하고…
각주
다른 페이지들로부터 페이지의 위치를 결정하기 위해 의미 있는 순서로 나열된 프로그래밍 방식의 마커 정도로 해석되는데 사실 이 용어에 대한 정의가 WCAG Draft가 진행되면서 계속 논의되고 변경되었다.
초기에는 인쇄 출판물과 전자 출판물 사이에서의 동일한 위치를 나타내는 페이지 구분 로케이터로 정의되었다. 하지만 논의가 지속되면서 이 Fixed Reference Points SC가 Page Break Navigation SC로 변경되는 시점에서는 인쇄 출판물이 없는 전자 출판물에서 특정 페이지로의 직접 탐색을 지원하는 로케이터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내용이 변경되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KWCAG 2.2는 전자의 정의를 따르는 버전의 것이다. 여기에 후자의 정의를 가져오는 것은 SC자체를 오인하게 만들 소지가 있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특히 전자와 후자의 정의에 대한 SC 타이틀이 완전히 변경되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초안 초기의 것을 표준 안으로 부쳤다면 이 것의 정의를 그대로 사용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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