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냥 어쩌면 뻘글이고, 어쩌면 회고록이기도 하다. 글에 앞서 먼저 밝혀둘 것이 있따면 나는 기독교인이고 기독교인으로서 내가 믿는 하나님의 이끄심이 있다는 것을 믿는 자다. 이를 밝히는 이유는 당연히 글의 내용에 기독교와 관련된 내용이 나오기 때문이며, 종교적 이야기 하는 것을 보기 싫다면 살포시 뒤로 가기를 누르길 바라기 때문이랄까… 쿨럭…
나는 주로 세미나에서 접근성에 관련된 내용을 주로 이야기 하고 있고, 업무에서도 접근성을 꽤나 주장하고 고집하고 있다. 가능한 접근성에 만큼은 결코 타협점을 주고 싶지 않은게 내 마음이기도 하다. 문든 나는 왜 접근성에 그렇게 고집을 부리고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을 더듬어 보고 싶어져서 글로 정리해 보기로 했다.
발단은 대학생 시절부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접근성에 관심을 가지게 만든 최초의 계기는 아마도 대학생 때가 아닌가 싶다. 물론, 그 때부터 접근성을 한 것은 아니다. 심지어 나는 화학과로 대학에 입학했다…
대학교에 합격하고 대다수가 그렇듯 나 역시도 신입생 OT에 참여했고, 대다수가 그렇듯 OT가 동아리에 들어가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 나는 동아리가 장애인 관련이었다. 동기의 손에 이끌려 얼떨결에 가입하게 된 동아리가 바로 경원대학교 수화동아리 '다섯손가락'. 그것이 최초의 발단이 되었을 거다.
사실 그 때까지도 장애인에 대한 그다지 큰 관심조차 없었고, 봉사활동에도 별 다른 관심도 없었으며, 수화는 당연히 관심조차 없었다. 그냥 동기의 손에 이끌려 들어갔을 뿐…
동아리가 발단(?)이 되어 수화를 배우기 시작한 것이 일을 점차 키워나가게 되었다. 같은 해 교회 청년부에는 어릴 적 우리 집(은 비디오 가게 였다) 손님이었던 선배가 있었는데, 그보다 몇 해 전 가게 컴퓨터를 그 선배에게 조립하게 되면서 어떻게 인연이 되어 친해지게 되었고 기이하게도 그 선배 역시 수화를 하시는 분이었던 것…
선배와의 인연으로 교회 청년부 안에서는 손말사랑이라는 소모임을 시작하여 수화 찬양을 하기 시작했고, 학교 동아리에서는 기초 수화 수업이 끝나고 난 후 무슨 생각이었는지 중급 수화를 배우기 위해 성남시 농아인협회에 찾아가기 까지 이르렀다. (그러고 보니… 정기영 쌤, 남기윤 쌤, 화철 아자씨… 으아… 오랜만에 생각이 났네요 ㅠㅠ 잘 계시겠지요?)
수화가 알려준 장애인에 대한 인식
그렇게 시작된 수화가 더 많은 상황들을 낳게 되었으니…
다음 카페에 있던 청각장애인과 함께하는 세상이었나??? 카페 모임에 나가 청각 장애인과 만남도 가져보고 당연히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중급 수화를 공부하면서는 더 만나게 되고, 제대 하고 나니 교회에서는 손말사랑이 어느새 청각장애인 부서로 아예 확장이 되어 3년 가까이를 농인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었다.
모르긴 몰라도 그 때의 것들이 지금 내가 장애인들에 대해 가지는 인식의 기초를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듯 하다.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것이 가져오는 '단절'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고,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누리고 싶어도 누리기 어려운 많은 것들이 이 사회에는 제법 꽤 많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던 것 같다.
사실 듣지 못한다는 것 외에는, 말을 하지 못한다는 것 외에는 (사실 모든 청각장애인이 말을 못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들과 나는 다를 바가 없었다. 함께 운동도 하고 소풍도 가고 영화도 보고 음식을 나누고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고, 단지 소리라는 매체가 아닌 손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대화를 나눌 뿐 다른 것은 1도 없다. 나는 제법 그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이 즐거웠고 '다름'은 없었다.
웹 접근성을 처음 접함
군 제대 이후 "웹" 쪽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박히고 나서 전과를 하고, 이후 구체적으로 웹 퍼블리셔로의 진로를 고민하던 차에 아직 학생의 신분이었던 나는 학교 수업을 째고;;; 2009년 11월 3일,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주관했던 세미나를 참여하게 되었다. 그때의 나는 진로에 대한 고민과 웹 표준·웹 접근성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함에 따라 온갖 세미나를 돌아다니던 중이었다.
아마도 그 때부터였던것 같다. 내가 웹 접근성의 존재를 인지하고 이걸 신경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게. 당시는 뭣도 모르는 풋내기에도 끼지 못하는 존재조차 없던 존재였고, 어떻게 하는게 웹 표준을 준수하는 거고 어떻게 하는게 웹 접근성을 준수하는 건지도 모르면서 그거 준수한 블로그 스킨을 만들겠다고 요래 저래 만들어서 배포했는지 ㅋ (지금 보면 이불킥 감의 코드다 ㅠㅠ)
우연인가 필연인가
교회 밖의 말로는 그렇게 될 운명이었던 건지, 기독교인으로서 내 생각에는 그렇게 나를 쓰실 작정이셨던건지 아니면 그 모든 일련의 사건들을 합하여 선을 이루고자 하셨던 것인지, 그것이 지금 접근성을 고집하는 인간을 만들어냈다. 그렇다고 접근성을 잘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잘 하고 싶을 뿐이고 고집스럽게 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을 뿐이다.
내가 모든 유형의 장애인을 만나본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농인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은 나로 하여금 내가 자연스럽게 누리는 많은 것들로부터 장애인들의 단절, 그로부터 나오는 괴리감, 소외, 나와 동일하게 가지고 있는 그들의 누리고 싶어하는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했다.
과거의 일련의 모든 사건들이(?) 당사자 만큼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들이 느끼는 불편이 무엇인지 그것이 사람과 사람을 얼마나 단절시키는지 그 단절이 얼마나 그들만의 리그로 몰아 넣어버리는지를 가슴 아프게 느끼게 만들었달까?
그리고 현재…
그렇게 시작되고 내 안에 기반이 되어버린 것들은 나로 하여금 지금의 가치관을 만들어 냈고, 이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게도 웹 퍼블리싱이라는 업무에 많은 영향을 주게 되었다.
사실 나는 그리 웹 접근성을 잘 알지도, 잘 하지도 못한다. 단지 웹 접근성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 비해서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을 뿐이고, 어떻게 하면 내가 만든 페이지를 사용자들이 더 쉽게 이용할 수 있을지에 관심을 더 쏟을 뿐이다. 내가 웹 접근성을 잘 안다고 혹은 잘 한다고 평가를 받고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그 만큼 웹 접근성에 관심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이 극히 드물다는 반증이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솔직히 국내 많은 실무자들이 웹 접근성에는 관심이 없는 경우가 더 많다고 느끼고 있다.)
나는 욕심이 좀 있었다. 작게는 내가 만드는 웹 페이지들이 누구에게도 차별되지 않고 소비될 수 있기를, 그리고 크게는 웹 페이지를 만드는 사람들이 누구에게도 차별되지 않는 페이지를 만드는 환경을 만들 수 있기를. 그것이 내가 주구장창 세미나에서 웹 접근성을 이야기 하는 이유이고, 업무에서 접근성을 주장하는 이유다.
그리고 그것이 나는 옳은 일이라고 믿고 있고, 크리스천으로서 내가 있는 자리에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믿고 있다.
처음에는 나라는 작은 경계 속에서 혼자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있던 것이, 커뮤니티를 통해 접근성에 관심을 쏟고 있는 이들과 의견을 나누고 고민하게 되었고, 작년에는 정보화진흥원을 통해 WAI-ARIA 사례집 집필에 참여하여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으며, 올해도 접근성에 관한 일에 열심히 노를 젓고 있다.
다름이 아니라 같음이다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다수 하이라키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가진다. 마치 나는 더 우위에 있어서 내가 저들을 배려를 혹은 도움을 베풀어야 한다거나하는 그런 뉘앙스랄까?
누구도 어린 아이들을 대할 때 어떤 상황에서 도움이 필요한 대상으로 보기는 하지만 장애인을 대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형태를 띈다. 노인이나 임산부를 대할 때 배려해야 할 대상으로 보기는 하지만 장애인을 대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형태를 띈다. 유독 장애인을 대할 때에는 마치 내가 우위요 저들이 아래라는 뉘앙스가 매우 짙어지는 것 같은 느낌은 나만의 착각인걸까?
나는 이것이 '다름'에 대한 인식이라고 생각한다. 어린 아이나 노인이나 임산부는 '같음'의 인식을 기반으로 배려나 도움이 필요한 대상으로 인식하지만, 장애인에 대해서는 '다름'의 인식을 기반으로 배려나 도움이 필요한 대상으로 인식하는 거다.
요새 즐겨보는 프로그램 중 하나가 '효리네 민박'인데, 얼마전에 청각 장애가 있는 여성이 손님으로 왔고 이를 대하는 이효리씨나 아이유의 태도에서 참 보기 좋음을 느꼈다. 거기에는 다름도 없었고 유난도 없었고 단지 사람에 대한 배려가 있었다.
웹 접근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종종 돌아오는 항변은 5%도 되지 않는 사용자를 위해 굳이 힘들게 해야 하느냐라는 질문이었다. 아마 그 5%가 꽤 큰 매출을 차지한다면 결코 그렇게 이야기 하지 않았을 거다. 오히려 상위 5%의 요구가 있었다면 그걸 무시했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장애인을 '다른' 사람이 아니라 '같은' 사람으로, '같은' 소비자로 인식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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