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에 블라인드 앱에서 "어쩌다가 애기가 환영받지 못하는 사회가 되었을까"라는 게시글을 하나 보게 되었고, 그 글에 대한 덧글에서 배려라고 언급했던 내용이 생각나서 몇 자 끄적여본다.
일단 해당 글을 요약해보면,
여자친구랑 카페로 데이트를 갔는데 옆에 애기를 동반한 부부가 있었더란다. 그런데 애기가 울기 시작하더래.
부모들도 당황하고 애기엄마랑 아빠랑 애기 달래려고 하고 있는데
거기서 여자친구가 애새끼들 왜 데리고 나오냐고 애기 우는 소리가 젤 싫다고 맘충 다 없어져야 한다는 말을 하더래… 중략 …
물론 일부 몰 상식한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점점 귀해지는 아이들을 위해서 어른인 우리가 그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에게 관용을 베풀어 보면 안될까 싶네…
애기가 부모 옆에서 까꿍도 해주고 어린이가 지나가면 사탕같은 것도 나눠주고
나는 애기들이 예뻐 죽겠는데 점점 사회의 민폐로 취급 받는 아이들과 그 부모들을 보면서 아쉽더라구
였다.
당연히 예상대로(?) 맘충이라는 말부터 시작해서 갖가지 덧글들이 난무했고 반대로 혐오 사회에 대한 문제 및 배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덧글들도 적지 않게 나왔다. 덧글들 중에
애기를 데리고 카페를 안가면 되잖아?
애 클때까진 일반카페는 안 왔으면 좋겠다. 애기가 어리니까 울수도 있고 뛰어 다니는것도 당연하다고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난 카페에 2~3시간 와서 책도 읽고 쉬고 싶은데 너무 짜증이 난다. …중략… 카페는 키즈카페를 가거나 혹은 안간다고 해서 문제될건 아니니까. 한 10년은 좀 일반 카페 가는건 좀 참자.
통제를 제대로 하던가. 통제가 안되면 가질 말던가. 피해줄거 알면서 식당 카페 다니는 거 이기적인거라 생각해요
한국의 젊은 부부들 자기들 재밌자고 카페 레스토랑 나오는거자나 노키즈라고 꼭 써붙히지 않아도 TPO란걸 안다면 유아동반이면 편치 않을 곳에는 안가는게 정상적인거야
비행기에 걷지도 못하는 아이를 태우는 부모들 많던게 제정신인가 싶음… 아니 히밤 5시간 ~ 6시간을 날라가는데 애는 울고불고 난리지… 누가봐도 이착륙시에 압력들어가니까 아이들이 힘들꺼 뻔히 아는데 그런애들 데리고 해외가서 쳐놀고 싶은지 대뇌를 해부하고 싶다.
등등… 아이가 있으면 사람이 많은 장소에는 나오지 말라는 식의 덧글들이 반절 (반절은 그냥 내 느낌일수도 있다. 정확히 세어본 건 아니다) 이상을 차지한다.
이런 글에 대한 반론으로 (반론이 적절한 표현일지는 모르겠다) 배려라든가 이해해 주어야 함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왔고
여기에 대해 왜 배려를 강요하나?
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배려란 무엇일까?
배려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씀
이라고 되어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배려를 정의내리기는 어렵다.
개인적으로 배려를 이야기 할 때에는 이타성, 이타주의(altruism)를 말한다.
행동의 목적을 자신이 아닌 타인의 행복과 복리의 증가에 두는 것 말이다.
방향이 내 안으로가 아니라 타인을 향한 것이므로 이기주의와는 반대되며 삶의 지경이 자신 안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닌 나를 넘어 밖으로 향하는 이들에게 가능한 부분일 것이다.
때문에 배려는 강요에 의해서 이루어질 수 없고 누가 강요한다고 해서 발생되지도 않을 것이다.
물론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은 그렇게 보이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배려는 행동의 결과가 아니라
목적이 결정짓는 문제이므로 배려의 행동을 만들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배려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단지 외부적 요인으로 마지못해 그러한 행동을 했을 뿐.
배려를 강요하는걸까 배려를 못하는걸까
글을 쓰는 현 시점에서 해당 덧글(왜 배려를 강요하나?
)은 삭제된 듯보이는데 (어쩌면
덧글이 너무 많아져서 못찾는 것일 수도 있다) 덧글들 중에는 약자에 대한 배려를 언급하는 이들도
있었고, 아이니까 배려해 주어야 한다고 이야기 하는 이들도 있었다.
현 시점에 남아있는 덧글 중에 이런 글이 있다.
근데 왜… 누군가가 배려받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해?? 배려해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사회가 되야지. 왜 배려를 해주는걸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를 점점 많은 사람들이 바랄까??
내입장에서는 그게 제일 이해안가.
난 항상 배려해주다가 상대방 반응에따라 180도 달라지곤해. 뒤에서 안궁시렁 거리고 바로 대놓고 말함. 그래서 나보고 쌈닭같다는 사람도 있음
어느 포인트에서 배려 해주는걸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를 많은 사람들이 바란다고 생각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개인적으로 배려가 당연시 되는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생각한다.
물론 taker의 입장에서 배려가 당연시 되는 것이 아니라 giver의 입장에서 배려가 당연시 되는
것 말이다.
[1]
앞서 언급한 대로 배려는 이타주의다. 이타주의이기 때문에 내가 얻을 이득이 중요한게 아니라
상대방이 얻을 이득이 중요하다.
배려 받는 것에 감사로 화답해야하고, 감사로 화답하지 않거나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 내 행동이
변한다면 그것은 이미 이타주의가 아니지 않을까? 물론 그렇다고 배려를 받은 이가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필요가 없다거나 감사를 표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이분법으로 세상을 살지
말자. 타인으로부터 은혜를 입었다면 그 은혜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 도리다.
배려는 삶의 지경을 나로부터 밖으로 내뻗을 줄 아는 이들이 가능하다. 버스에서 자리를 양보하는
행위조차도 나의 앉아 가고 싶은 욕구, 피로함, 앞으로 서서 갈 때 발생 될 피로 누적과 힘듦
등을 모두 기꺼이 눌러내어야 가능한 일이지 않나.
누군가는 이러한 행위가 당연한 것일 수 있고, 누군가는 이러한 행위가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
나는 전자의 사람들을 어른 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몸과 마음이 성숙한 그 어른 말이다.
그리고 후자의 사람에게 자리 좀 양보하라고 부추기면 배려를 강요한다고 할 거다.
배려를 요구하지 않아도 배려할 줄 아는 사회. 나는 그것이 선진 사회의 의식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배려를 요구한다고 이를 두고 강요한다고 하는 사회. 나는 그것이 후진 사회의 의식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후졌다가 아니다. 우월주의의 오만함을 기반으로 생각하지 말자.)
배려를 할 수 없는 구성원들로 가득한 사회. 자기의 이익이 최우선되어 일절의 양보도 희생도 할 수 없고 나에게 일절의 양보나 희생을 요구하지 말라는 사회. 그런 사회를 과연 성숙하다 이야기 할 수는 없지 않나.
개인적인 상상일 뿐이지만, 저 덧글들을 단 이들의 다수는 나중에 아이가 생겼을 때 반대로 사람들이 배려할 줄 모른다고 불만을 터뜨릴거라는데 내 손… 읍…읍…
게시글의 덧글들을 읽다보면 이러한 덧글들도 눈에 띈다.
하지만 저도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이런 시선 때문에 둘째는 마음 접었습니다. 아이를 향한 조금쯤의 관용의 빈자리 조차 힘든 요즘이… 단 한번의 아이 울음 소리를 컨트롤 하지 못하고 커피를 끝까지 다 마시는 아이 엄마가 맘충이 된 사회가 괴물같이 느껴지네요…
아이를 데리고 공공의 장소에 가면 항상 눈치가 보입니다.
공공 장소에서는 시끄럽게 하지않고 돌아다니는게 아니라고 교육하지만 막내같은 경우는 그것도 쉽지 않네요 가급적 식당은 자녀 동반한 사람들이 많은 식당으로가고…
사실 외식 하러가기 부담되고 카페같은 곳은 키즈 카페나 가지요
어디가서 애들이 큰소리 한번내면 주의주고 조용히 시키기 급급하고
씁쓸하네요
나 역시 아이들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던 말던 신경쓰지 않는 부모들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부 그런 부모들이 많다고 하여서 싸잡아 욕을 하는 인간들도 달갑지 않다.
아이가 있으면 카페를 가지 마라, 식당도 가지마라, 비행기도 타지마라… 부모 된 것이 죄인가? 거듭 말하지만, 타인에게로의 피해를 방조하는 부모까지 감싸는 것이 아니다.
나는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고 따라서 당연히 아이도 없지마는, 적어도 울음을 그치지 않는 아이로 인해 당황스러워하고 달래려 애쓰는 첫 아이를 가진 엄마가 처음인 엄마도 이해가 가고 뛰지 말라고 엄격·근엄·진지하게 이야기 해도 금방 뒤돌아서면 우다다다 달려 나가는 꼬맹이를 보며 한숨 짓는 부모들의 한숨도 이해가 간다.
타인을 신경쓰지 않고 오롯이 자신의 욕구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이이고, 그것이 그리 쉽게 통제 될 거라면 이미 아이가 아니다.
그리고 내 이익을 1도 손해보지 않기 위해 통제되지 않을 아이가 있는 부모는 (내가 가는) 공공 장소에는 오지말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 ‘타인을 신경쓰지 않고 오롯이 자신의 욕구에만 집중하는 아이’와 무엇이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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