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3박 15일 유럽 여행기 #8여섯째 날 중세의 보석 로텐부르크

본래 이 날은 뉘른베르크를 갈 예정이었으나, 전날 함께 저녁 먹은 분들 중 로텐부르크에 가시는 분이 계셔서 함께 가자는 꼬임(?)에 넘어가 셋이 함께 로텐부르크를 향했다.

뮌헨에서 로텐브루크까지는 이동 시간이 제법 길다. 무려 3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기차를 2번이나 갈아타야하는…

주의해야 할 것은, 로텐부르크를 가겠다고 기차역을 Rothenburg를 찍고 가면… 전혀 엉뚱한 동네로 간다 ㅋ 로맨틱가도의 로텐부르크의 정식 명칭은 Rothenburg ob der tauber로 타우버 강 위의 로텐부르크로 줄여서 로텐부르크라고 부른다고… 또한 로텐부르크로 가는 중에 환승 구간에서 환승 시간이 생각보다 짧기 때문에 여유있게 움직이기는 쉽지 않다. (돌아올 때 이 환승 시간 때문에 하마터면 숙소로 못 올 뻔한…?)

로텐부르크역에는 Rothenburg o d Tauber라고 적혀있다. 역무실로 들어가는 문으로 보이는 하얀 문을 중심으로 관광객들이 양쪽으로 제 갈길을 가고 있다.

로텐부르크역에서 구시가지까지는 대략 10분 정도 걸어가야 한다.

이것이 구시가지로 들어가는 뢰더문!!

돌로 세워진 아치 형태의 큰 문과 작은 문이 있고 양옆으로 초소(?)와 성벽이 이어져 있다. 큰 문은 아마도 마차가 다니는 문인지 5명 정도는 나란히 들어갈 정도이고 작은 문은 한 사람이 겨우 출입할 수 있는 정도의 폭이다.

뢰더문을 지나 바로 보이는 탑에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문양으로 추측(?)되는 독수리 문양이 걸려 있다.

구시가지와 성문을 연결하는 짧은 다리 끝에 큰 벽돌로 높게 올라간 탑이 위용을 자랑한다.

로텐브루크의 거리는 알록달록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어 좀 귀엽달까? ㅎㅎ

녹색, 아이보리색, 주황색, 옅은 다홍색, 옅은 녹색, 분홍색, 겨자색, 청보라색, 풀색 등의 건물이 길 양옆으로 쭉 이어져있다.

로텐부르크에는 길 중간 중간 기념품 샵들이 꽤 많았는데, 하나같이 다 이쁘다 ㅠㅠ
지갑 여건이 충분했다면 아마 몇 개씩 들고나오지 않았을까?

로텐브루크에서 들른 한 기념품 샵. 산타클로스, 요리사, 병정 등등 각양각색의 목각 인형들이 진열되어 있다. 거기다 무려 20 ~ 25% 할인!!

그리고 조금 더 걸어 들어가다 마주한 포토 포인트로 유명한 플뢴라인. 로텐브루크의 구시가지 중에서도 가장 으뜸으로 뽑는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하는 곳이란다.

왼쪽으로는 평평한, 오른쪽으로 내리막으로 경사가 다른 갈림길의 양쪽 길 중앙에 탑이 서 있고, 그 사이로 노란 벽의 좁은 목조 주택이 서 있다. 길 바닥에 네모 반듯한 벽돌 같은 돌로 한 땀 한 땀 반듯하게 박혀 있고 길 양쪽으로 파스텔 톤의 노랗고 파랗고 녹색 등등의 건물들이 세워져 있다.

이곳에서 동행분들의 사진을 몇 장 찍는 동안 다시 날이 흐려지기 시작… 아… 왠지 불안하다… 이번 여행은 왜 자꾸 비가 오는 건지… ㅠㅠ

사진을 찍는 중에 한 노부부께서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 하시던 중 우리 앞을 지나가시다가 동행자 분의 인생샷이 하나 나오게 되었다는!!!

노부부의 화이트 테리어 등을 동행분이 쓰다듬고 있고 그 뒤에 가죽 재킷에 모자를 눌러쓰신 노신사께서 흐뭇하게 웃고 계시다.

이곳이 유명한 포토존이라서 그런지 꽤 많은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거나 각자 겹치지 않는 위치들을 찾아 열심히 셔터를 누르더라 ㅎㅎ

하지만… 날이 좋지 않아서인지 사실 개인적으로는 여기가 왜 포토존인지를 잘 모르겠던… (감성이 벌써 메마른건 아니겠지?)

다시 발길을 돌려 길을 걷다보니 여긴 왠지 성곽 밖인듯한…

성벽 옆으로 난길을 따라 걷다가 동행 중이던 두 분의 오붓한(?) 사진을 몰래 찰칵!

성벽을 따라 걷다보니 성벽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있다!!! 신기하다. 성벽 안으로도 들어가 볼 수 있다니!!

성벽에 spitalbastei라고 적혀있고 누구나 들어갈 수 있도록 나무로 된 문이 그냥 열려져 있다.

어두컴컴한 문 속으로 들어갔더니 성 안에는 그냥 텅 빈 공간이었다는… 중간에 포가 놓여져 있기도 했는데 생각보다 뭐가 막 있지는 않았다.

성벽 안을 둘러보다 출구를 찾아 나왔더니 읭??? 왜 아예 밖으로 나오게 된거지??

세월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성벽 옆으로 성 안으로 이어주는 목조 다리가 있고 저 뒤로 뢰더탑이 보인다

다시 성 안으로 들어가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식당으로 가는 길에 중세 기사 상점(?)이 있어서 들어가 봤는데 기사들이 사용하던 대거라던가 장검들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다른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으니!!

벽 한쪽에 진열된 깃털펜!!!

짙은 갈색, 붉은 색, 검은색 깃털을 달고 있는 펜. 깃털과 펜의 연결 부위에 용과 같은 장식들도 달려있다.

영화에서나 보던 깃털 펜이라니!!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레에에에에드으으으으!!!

한쪽에 시필해 볼 수 있도록 샘플도 놓여있어서 사용해 봤는데 묵직한 무게감에 슥슥 나가는 펜의 감촉은 정말 환상이었다 +ㅁ+

하지만 이걸 사가지고 집에 오면 그냥 예쁜 쓰레기가 될 뿐이기 때문에… 나중에 내 집 마련하고 난 이후에 다시 와서 사가는 걸로… (그래야 또 오지 ㅋ)

시간이 어느덧 3시를 향해 가고 있어서 식사를 하기 위해 트립어드바이저를 뒤지고 뒤져서 근처 Gasthof Goldener Greifen로 들어왔다.

메뉴를 받아보는데 독일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는 있는데… 왜 한국어는 없는거냐 ㅠㅠ 뭘 먹을지 고민하다 동행한 여성 분이 사진을 보고 골라낸 메뉴들!!

넓적한 슈니첼과 감자 튀김, 신선한 샐러드, 라이스를 곁들인 닭고기를 주 재료로 한 음식 등 푸짐하게 한 상이 차려졌다

주린 배를 채우고나서 밖으로 나서니 결국 비가 오기 시작한드아… 엉엉 ㅠㅠ 비가 온다고 마냥 그치기를 기다릴 수는 없어서 일단 움직이기로… 여기는 꼭 보러가야 한다며 이동한 구 시청사.

비가 와서인지 황토빛으로 젖어있는 7층짜리 시청사 메인 건물과 그 옆에 하얀 시청사 탑이 높이 서 있다.

하얀 건물 꼭대기에 보이는 망루 같은 것이 시청사 전망대. 저곳까지 올라갈 예정이다.

처음에 입구를 못찾아서 헤메이다가 알고보니 전망대가 시청사 탑에 있지만 입구는 시청사 건물을 통해 들어가야 한다는 희한한 사실(?)

나선형 계단을 통해서 올라가야 하는데 계단이… 계단이… 빡세다 ㅠㅠ 올라가면 올라갈 수록 좁고 계단도 높아지는데 헉헉 대면서 올라가는 중에 위에서 내려오는 다른 외국인 아주머니께서 힘내라며 웃어주신다 ㅎㅎ

참고로, 전망대까지 가려면 입장료를 내야 하는데 입장료는 시청사 메인 건물 입구에서 받는게 아니라 계단을 올라와서 전망대 바로 아래에서 입장료를 받는다.

입장료를 내는 곳 맞은편으로 자그마하게 창이 나있어 창을 통해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다.

카메라 뷰파인더를 통해 보는 듯한 네모 반듯한 창틀 안으로 주황색의 지붕들과 구름낀 하늘 풍경이 펼쳐진다

전망대로 올라가는 입구는 좁디 좁아서 배낭을 메고는 올라가기가 어려워 배낭을 벗어 내려놓고 카메라만을 한 손에 들고 올라갔다.

그리고 전망대에 올라 보이는 로텐부르크 구시가지 전체 풍경

비에 젖은 주황색 지붕들이 마치 물감을 발라놓은 듯하고 마을 밖으로 보이는 숲들이 참 이쁘다

사진을 찍는 데 전망대 위는 강풍에 비가 몰아쳐 대고, 바닥은 미끌거려서 엄청 겁먹으면서 한 바퀴를 빙 둘러보며 사진을 찍었다.

2년전 에펠탑에 올랐을 때도 바람이 엄청 불었었는데, 그 바람 못지 않은 바람과 꽤 좁은 전망대의 공간은 몸을 움츠려 움직이게 하기에 충분했다.

몇 장의 사진을 찍고 내려와 창틀 앞에 방명록에 글을 남기고 나니 창 틀에 빗방울이 맺혀 있는게 또 운치 있어 보여서 또 한 장 찰칵!

창문에 조그마한 빗방울들이 오밀조밀 모여 맺혀있고 그 뒤로 로텐브루크 마을이 흐릿하게 보인다.

늦어도 6시에는 막차를 타고 다시 뮌헨으로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이제 그만 전망대를 내려가기로…

막차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어서 로텐브루크에 왔으니 크리스마스마켓을 안 갈수가 없다!!! 로텐브루크의 하이라이트라고 하는 Kathe Wohlfahrt를 찾아서 발길을 이동!

구시청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여기가 Kathe Wohlfahrt에요~ 라며 고운(?) 자태를 뿜뿜하고 있는 선물 상자 가득한 빨간 자동차를 발견하기만 하면 된다!!

알롤달록 선물박스들을 싣고 있는 크리스마스를 연상시키는 빨간 자동차

Kathe Wohlfahrt 안으로 들어가면, 어마어마한 크리스마스 용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전부 장인에 의해 핸드 메이드로 제작이 된다고 한다. 크리스마스가 아닐 때에도 이러한데…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상상만 해도 으아아아…

워낙 디자인 소품이나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여기에 있기엔 현기증이… ㅠㅠ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지 않으면 정말이지 지갑이 탈탈 털리고 나올만한 곳이다.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은 당연하고, 목각 인형들이나 스노우볼, 모빌, 오르골, 유리 공예품 등등등 정말 입을 쩍 벌리고 계속 구경하고 다녔다.

이곳은 내부 사진을 찍을 수 없게 되어 있어서, 처음에 모르고 카메라를 들었다가 직원분이 사진 찍으면 안된다고 알려주셨다는…

하지만!!! 여기 구경 해본 사람은 알거다. 사진을 안찍고는 배길 수가 없다 ㅠㅠ

블로그에 딱 한 장만 공개… 이 사진만 봐도 사진을 안찍을 수 없는 이유는 충분할 거 같다.

녹색 카펫트가 깔린 바닥 양쪽으로 붉은 커튼이 달린 선반 위에 크리스마스 트리에 다는 붉은 공과 금색 공들이 진열되어 있고 밝게 빛나고 있고 천정에는 녹색 나무 잎들과 금색으로 된 눈 꽃 모양들이 달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 껏 뽐내고 있다

다시 돌아오는 길에 로텐부르크에서 열차를 타고 중간에 환승역에서 내려 열차를 기다리는데 열차가 연착되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환승 시간이 10분 밖에 주어지지 않는데 9분이나 연착!!!

1분 안에 환승을 하게 될 거라 예상해서 과연 환승 할 수 있을까를 염려하는데, 동행분 중 한 분이 어차피 거기가 종점이고 연착했으니 알아서 출발 시간을 미루지 않겠냐는 얘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서 살짝 불안함과 안심스런 마음을 둘 다 가지고 문제의 환승역에서 내렸는데…

현지인이 뛴다!!! ㅋㅋㅋㅋㅋ 아놔 ㅋㅋㅋㅋㅋ
그렇다 현지인이 뛴다는 것은 우리도 뛰어야 한다는거 ㅋㅋ 현지인이 뛰어가는 걸 보고 우리도 마구 뛰어서 열차를 타니 몇 초뒤에 바로 문이 닫히더라. 자칫하면 숙소로 못올 뻔… ㅋㅋㅋ (독일 기차가 시간 정확하기로 유명했는데 옛말이 되었다… ㅠ)

* 여행 전체 사진은 flickr에!

작성자

멀더끙

접근성에 관심이 많은 Front-End Developer, 커피 애호가, 사진 찍기 좋아하는 여행 러버, 아직도 블로그 뭘 쓸지 모르겠는 초보 블로거, 그냥 이것 저것 개인의 생각을 끄적끄적이는 멀더끙의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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