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3박 15일 유럽 여행기 #6넷째 날 체스키 크룸로프

프라하에서 맞이한 다섯 째날은 아침 일찍 스튜던트 에이전시 버스를 타고 체스키 크룸로프로 이동. 살짝 늦잠을 잔 탓에 정류장에 늦지 않게 도착하려 바삐 움직이느라 사진 따위 ㅋㅋㅋ ㅠㅠ

스튜던트 에이전시 예약은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니까 어렵다하시는 이는 스튜던트 에이전시 버스 예약 방법을 참고해보시면 되겠다.

버스로 이동하는 중에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엄청나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체스키 크룸로프에 도착해서 버스에서 내리니 강풍을 동반한 비가 엄청 쏟아진다. 한 손에는 캐리어를 끌고 한 손에는 우산을 들고 숙소로 걸어가니 바지는 온통 젖고…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여행 오기전에 구매한 카메라 레인커버부터 부랴부랴 꺼내어 카메라에 입혀주고, 내 몸뚱이를 위해 우의 사러 가까운 쿱부터 찾아다녔다. 카메라 보호용품은 사오고서는 정작 내 몸뚱이는 생각하지도 않았다니… 또르르…

쿱에 가는 중에 사진 찍기에 뷰가 좋은 곳이 있어서 비맞으며 한 장 찰칵!

비에 젖은 건물들의 주황색 지붕과 바로 앞의 나무들의 노랗고 녹음진 색감들이 마치 물감으로 칠해놓은 듯 하다

야무지게(?) 우의를 걸쳐 입고 본격적으로 체스키 크룸로프를 돌아다니기를 시작!
추석 연휴인 터라 여기도 한국인 저기도 중국인…

이발사의 다리 중앙에 있는 동상 앞이 사진을 찍고 있는 중국과 한국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여기가 이발사의 다리. 이 다리에는 슬픈 전설이 있다. (feat. 아이리스)

이 지역을 다스리던 루돌프 2세에게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아들이 있었는데, 이 아들을 체스키 크룸로프에서 요양을 위해 지내게 한다. 이 아들이 이 지역에서 지내던 중 이발사의 딸을 보고 반해서 결혼을 하게 되는데, 어느 날 이 부부의 집에서 이발사의 딸이 시신으로 발견된다. 자신의 부인의 살인범을 찾겠다며 마을 사람들을 모아 자신의 아내를 죽인 범인이 나올 때까지 사람들을 죽이게 되었는데 이를 보다 못한 한 사람이 자신이 범인이라며 나서게 된다. 그 사람이 바로 죽은 딸의 아버지인 이발사. 그의 죽음을 끝으로 마을 사람들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고 이후에 마을 사람들이 그를 기리기 위해 이 다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체스키에 도착하자마자 돌아다니기 시작했지만 이미 12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 되어서 잠깐 둘러보며 돌아다니다가 점심부터 먹기로 ㅋㅋㅋ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하지 않는가! ㅋ)

숙소 사장님이 추천해준 Krčma U dwau Maryí에서 역시 숙소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갈릭 수프와 여기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Old Bohemian feast를 주문했다.

러스크 조각이 가득 담긴 맑은 국물의 갈릭 스프

비가 온 직후라 살짝 쌀쌀 했는데 따뜻한 갈릭 스프는 움츠러든 몸을 녹여주기에 딱 좋았다 ㅎㅎ 물론 맛도 최고!!

이후 나온 Old Bohemian feast은 1.5인분 같은 1인분!!! 정말 다양한 음식들이 한 접시에 담겨 나오는 것이 feast 라는 메뉴 이름에 딱인듯 하다. 막 맛있다!까지는 아니지만 맥주랑 먹기에 딱인듯 ㅎㅎ 추천할 만 하기는 한듯하다.

훈제 고기, 우리나라 부침개 같던 감자 케이크, 각종 샐러드, 치킨, 귀리 등이 예쁘게 담겨있다.

배도 든든해졌겠다 다시 발걸음을 옮겨 체스키 크룸로프 성으로!!
저기 왼쪽에 보이는 건물이 체스키 크룸로프 성이다.

낙엽이 떨어진 길을 따라 왼쪽으로 보이는 우뚝 선 원형탑이 보인다.

체스키 성으로 올라가는 길에 플라슈티 다리에서 찍은 마을 풍경.
세계에서 사진이 가장 잘 나오는 도시라는 말이 완전 공감되는 순간이었다 ㅎㅎ

말굽처럼 둥글게 길이 나있는 볼타강 중간에 주황색 지붕의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참 예쁘다

플라슈티 다리에서 워낙 뷰가 좋다보니 여기서 마을 사진을 찍거나 마을 풍경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다리 난간에서 마을을 등지고 너도 나도 핸드폰을 들고 셀카를 찍고 있다.

팔라슈티 다리에서 체스키 성 정원으로 가는 길에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가 하나 있다. 역시나 너도 나도 할 것없이 여기서 다들 셀카를 남기고 체스크 크룸로프 마을 사진을 찍어간다.

정원으로 올라가는 중에 중국인 청년 하나가 나더러 중국말 할 줄 아냐고 물어보더라 ㅋ
난 한국인이라고 했더니 사진을 좀 찍어줄 수 있냐기에 흔쾌히 Why not? ㅎ

사진을 몇 장 찍어주고 잠깐의 담소(?)를 나눴다. 물론 짧은 영어로 ㅎㅎㅎ
프라하와 체스키 크룸로프에서 꽤 많은 중국인들을 마주쳤는데, 확실히 나이 든 중국인들은 여행 매너가 영… 똥이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 갑자기 카메라 앞으로 떡하니 서서 자기들 사진을 찍지를 않나, 줄을 서있는 곳에서 새치기를 하지 않나.
반면, 젊은 청년들은 매너가 좋다. 시끄럽게 떠들지도 않고, 여행지에서 제법 조심스러운 매너가 눈에 보인다.

다시 발길을 옮겨 드디어 정원에 도착!! 생각보다 막 예쁜 정원은 아니다 ^^;

분수대 앞으로 길이 나있고 길 양쪽으로 넓은 잔디 공원이 펼쳐져있다

정원을 둘러보고 내려오는데 어느새 비도 그치고 구름 사이로 슬쩍 햇빛이 들어오니 올라갈 때 봤던 풍경이 사뭇 다른 색감으로 눈에 들어온다.

심지어 아이폰으로 그냥 찍었는데도 그냥 너무 이쁘게 나온다

비에 젖은 주황색 지붕과 주변의 노란 나뭇잎들이 예쁜 수채화를 보는 듯 한 느낌이다.

성을 내려와 이발사의 다리를 다시 넘어오는데 거리의 악사께서 기타를 퉁기고 계신다.

짧은 머리에 검은 선글라스를 낀 거리의 악사가 다리 난간에 등을 기대고 휴대용 의자에 안자 통기타를 치고 있다'

어느덧 시간이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서 함께 저녁 먹기로 한 동행을 만나러 가기 전에 잠시 짐을 풀러 숙소로 돌아왔더니 다른 숙박객 분도 들어와 계셔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저녁 식사에 동행하기로 하신 분!!! 심지어 다른 여자분 한 분도 같은 숙소에 머무시는 분이라던!!!

체스키에서의 저녁 역시 숙소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pivovar eggenberg로 왔다. 맥주가 맛있는 곳을 추천 부탁드렸더니 여기서 꼭 언필터드 맥주를 마셔보라며 ㅎㅎ

붉은 색 벽돌 모서리에 거친 질감의 회색 벽의 건물. 입구 위에 Pivovar Restraurant라고 큼직하게 붙어 있다.

식당 내부는 이렇게 생겼다. 의외로 손님은 많지 않더라는…

하얀 조명 빛에 은은하게 비춰진 아이보리색 아치 형태의 건물 내벽과 검은색의 나무 식탁과 의자들이 대비를 이루고, 한 쪽 벽에는 맥주 병들이 선반 위에 놓여 진열되어 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어둠이 짙게 깔렸다.

어두운 골목길에 주황색 가로등이 유럽의 밤거리를 비춘다.

이발사의 다리에서 아이폰으로 야경 사진을 찍었는데 와… 이거 너무 이뻤다.

검푸른 하늘에 둥그런 달빛이 구름을 걷어 놓은 듯 하늘 한 쪽에 구름이 걸쳐 있고 건물들은 바닥에서 올라오는 주황빛의 조명에 붉게 물들어 있다

풍경을 보고 있노라니 숙소에 카메라를 두고 온게 후회가 될 지경이었다.

스보르노스티 광장에 가까와 지니 어디선가 노래 소리가 들려온다. 노래 소리에 이끌려 소리가 나는 곳으로 따라가보니 한 여자 분이 이 밤 중에 버스킹을!!! 광장에 맑게 울리는 목소리에 잠깐 빠져본다.

노래 소리를 들으며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가 도저히 손이 근질거려서 못참겠기에 동행이들에게 잠시 양해를 구하고 카메라를 가지러 숙소로 run…

부랴부라 카메라와 삼각대를 들고 뛰어나오자마자 찍은 사진!!

역시 유럽의 밤 거리는 특유의 주황빛 가로등에 물든 건물들의 색감이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최애 사진 중 하나!!

구름 낀 검푸른 하늘에 달빛이 사방으로 뻗어 갈라져보이고, 그 아래 주황빛으로 물든 건물들, 그리고 그 앞으로 잔잔하게 흐르고 있는 강물이 고요한 체스키 마을을 다시 떠오르게 한다.

대다수 사람들이 체스키 크룸로프를 프라하에서 당일치기로 갖다오기 때문에 야경을 볼 기회가 별로 없단다. 하지만 난 사전에 체스키 크룸로프가 야경이 제법 이쁘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당일치기 보다는 하루 숙박을 하고 다음 도시로 넘어가기로 한 덕분에 쌀쌀하지만 고요하고 운치있는 체스키의 야경을 실컷 구경할 수 있었다.

* 여행 전체 사진은 flickr에!

작성자

멀더끙

접근성에 관심이 많은 Front-End Developer, 커피 애호가, 사진 찍기 좋아하는 여행 러버, 아직도 블로그 뭘 쓸지 모르겠는 초보 블로거, 그냥 이것 저것 개인의 생각을 끄적끄적이는 멀더끙의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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