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회고

안녕, 2018년

2018년이 시작된 지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어느덧 12월 중순에 접어들었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니 얼마나 시간 관리를 등한시 했는지… 플래너 역시 싸악 비어있고… 쿨럭…

2019년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서 다시 시간 관리에 대한 작심삼일을 또다시 반복하기 위해(?) 올해 있었던 이벤트들을 정리해보려 한다.

퇴사

사실 퇴사는 2017년에부터 결정된 사안이었다. 늦은 나이에 회사 생활을 시작했고, 거의 2년마다 자의든 타의든 회사를 옮겼기 때문에 이번 회사에서는 그래도 좀 오래 동안을 머물 생각을 하고 있었고 가능할 줄 알았었다. 대표가 바뀌기 전까지.

대표가 바뀌면서 업무 일정 관리는 틀어지기 일쑤였고, 직원은 회사의 협력자가 아니라 회사의 소모품으로 여기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했으며, 각 분야의 전문가로서 업무를 진행하는 직원들의 의견을 묵살시키고 자신의 결정에만 따르라는 운영 방식은 결국 이 상태로 3년을 버티는 것은 나 개인의 성장 가능성을 저해시키고 에너지를 헛되게 쏟아내게 할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실제로 나를 포함한 다수의 클라이언트 개발자들은 대표가 요구하는 UI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결국 대표의 뜻대로 개발이 진행되었고 리뉴얼 오픈 후 UI에 대한 혹평을 피할 수 없었다.

더불어 나는 Front-End(이하 FE)를 전담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획자, 디자이너와의 마찰이 매우 많을 수밖에 없었는데, 개인적으로 기획자나 디자이너들이 기술적 이해를 전혀 가지려 하지 않거나 변화해 가는 패러다임들을 학습하려 하지 않는 애티튜드를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본인들은 전혀 그러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마는 말이다). 결국 나는 싸움꾼, 딴지꾼이 되었다.

어쨌든, 이러한 것들 외에도 여러 가지 자잘한 것들이 모이고 모여 결국 퇴사를 결정하게 만들었고 뒤돌아 볼 것도 없이 결정을 실행으로 밀어붙였다.

퇴사 여행

퇴사 프로세스를 진행하던 중에 내게 소진시켜야 할 연차가 17일이 남아있는걸 뒤늦게 알아서(전 해 소진되지 않은 연차를 다음 해로 이월시키고 있었는데 계산을 잘못했었는지 거의 1년 치 연차가 미소진이었더라는…) 급하게 예행 계획을 세우고 20일 동안의 부다페스트행을 결정했다.

당시가 유럽에서 이상 기후로 한파가 몰아치는 통에 밤마다 추위에 오들오들 떨며 돌아다녀야 했다. ㅠㅠ

20일 동안의 부다페스트 여행은 제법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한 도시에만 장기로 머물다 보니 정말 여유 있게 도시를 돌아다니고 즐길 수 있었고, 무엇보다 내가 여행하는 동안에는 비가 좀 많이 온 편이었는데 궂은 날씨에는 굳이 나돌아 다니지 않고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과 함께 책을 읽기도 하고 가져온 노트북으로 이것저것 작업도 하며 충분히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부다페스트의 야경은 정말 최고였다. 도나우 강에 비친 세치니 다리의 불빛이나 부다 궁, 국회의사당의 노란 불빛은 글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탄을 자아냈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밤, 사랑하는 이와 함께 어부의 요새에 걸터앉아 달콤한 토카이 와인을 한 잔 나누면서 혹은 조용히 서로에게 기대어 앉아 이 야경을 보고 있으면 그 순간은 그야말로 그냥 녹아내리는 순간일 거 같다는 생각이 전혀 과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난 혼자이지… 흑… 괜찮아… 난 사전 답사 온 거야…)

부다페스트 여행에서는 드론을 적극적(?)으로 좀 써먹었는데 이 놈의 귀차니즘 때문에… 아직까지도 드론 영상은 메모리 카드 안에 잠들어있다. 어서 편집해서 포스팅해야 하는데…

저작권 침해

퇴사 여행을 가기 며칠 전, 우연찮게 블로그에 게시해 둔 게시글이 몇몇 동영상 강의 사이트에서 유료 강의의 커리큘럼의 일부로 사용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남의 글을 함부로 퍼가는 행위를 극도로 싫어하는 나로서는, 이걸 자기 커리큘럼처럼 심지어 유료로 판매하고 있다는 데에 화가 났고 각 사이트의 고객 센터를 통해 저작권 침해 사실과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메일을 발송했다.

다행히(?) 각 사이트들은 해당 사실을 인지함과 동시에 우선 강의들을 임시로 닫아두었고, 해당 강의의 강사를 연결시켜 주었다.

해당 강사에게 이 사실에 대한 소명과 재발 방지 각서를 내용 증명을 요구했고, 부다페스트에서 여행을 즐기는 동안 본가에 우체국으로부터 내용 증명이 도착했다. 이 사실을 모르고 있던 부모님은 웬 내용증명이 집에 도착했다며… ^^;;

Git CLI 스터디 시작

작년 말, 2018년에 하고 싶은 일 중의 하나였고 몇 달 동안의 강의 자료를 준비하고 6월에 첫 스타트를 끊었다.

Node.js 기반에서 task runner, bundler를 사용하고 Git으로 버전을 관리하는 등의 작업을 하다 보니 IDE 상에서 터미널 패널을 열어두고 오롯이 IDE 내부에서 키보드 위의 손가락만을 움직이는 것만으로 편하게 작업할 수 있는데, CLI를 학습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을까?

재미있는 건, 확실히 강의 자료를 준비하다 보면 정작 내가 더 학습하게 되고 더 익히게 된다는 거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자료 준비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CLI에서 사용하고 있지 않던 명령들까지도 더 익숙해졌고 이제는 커밋 그래프도 그냥 CLI로 보는 게 편해졌다;;;

다만, 스터디를 모집하면서 느끼는 건 많은 웹 퍼블리셔들이 개발 툴의 변화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다는 것과 자신들이 학습을 해야 하는 이유를 전혀 모른다는 것, 그리고 GitHub을 단지 호스팅 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거다.

이직을 위한 구직 활동

퇴사 후 현재 회사로 오기까지 8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사실 이 정도로 오래 걸릴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나는 갈 회사를 결정해두고 퇴사하는 타입이 아니다 보니 퇴사와 동시에 바로 구직 활동이 다시 시작되게 되는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채용 시장의 흐름을 미리 봐 두는 편이다. 다만 이번에는 제대로 보지 않고 있기도 했고 처음 예측했던 것과 실제가 너무 다르게 빗나가버린 결과였다.

개인적으로 사실 FE Frameworks에 대한 실무 경험의 요구사항이 나오려면 아직 1년 정도는 더 필요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아직까지는 jQuery 등에 의존하지 않고 UI 개발이 가능한 케이스에 대한 요구사항이 늘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이 단계가 없이 갑자기 FE Frameworks에 대한 요구사항 아니면 아예 디자인 + 웹 퍼블리셔의 형태로 극과 극이 되어버렸다. (물론 거기에 연봉의 문제도 끼어있다.)

여기서 선택을 해야 했다. 빠르게 취직을 목표로 할 것이냐 조금 더 걸리더라도 FE Frameworks에 대한 부분을 채워가며 진행할 것이냐. 어차피 내 끝자락의 목표는 FE 전반이기 때문에 후자를 선택했고, 본격적으로 다시 학습을 시작했다.

지원/인터뷰 기록

8개월의 시가 동안 헤드헌터로부터 제안, 지인 추천, 채용 포털을 통한 지원 등 여러가지 것들이 진행되었는데 유의미했던 것들만 기록을 남겨본다.

A사

A사는 지인을 통해 채용 절차가 진행되었다.

전문 마크업 개발자 채용이었고, 사전 과제와 기술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사전 과제는 마크업 부문 한 개 FE 개발(이하 FED) 부문 한 개가 과제로 전달되어 왔는데, 분명 마크업 개발자 채용이라 들었는데… 뭐… 결국 FED와의 협업이니 전혀 무의미한 과제는 아닐 듯싶어 일단 제출하기는 했다.

전달받은 과제 질문에 몇 가지 모호한 표현과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들이 있어 해당 부분에 대해 거꾸로 질답이 오간 이후 과제 제출이 이루어졌다.

메일을 통한 과제 제출 후 기술 면접 일정이 잡혔고, 기술 면접 역시 마크업 쪽 면접과 FED 면접이 진행됐다. (마크업 개발자를 채용한다고 했는데 FED 과제와 면접이 왜 있었는지는 지금도 퀘스천…)

대다수의 질문은 아는 걸 모두 답해야 하는 광범위한 질문들이 더러 있었고, 한편으로는 "그게 왜? "라는 생각이 드는 질문도 있었다. 내가 접근성에 관심사를 두고 있다 보니 접근성 와 사용자 편의성 중 무엇을 우선순위에 둘 것이냐는 의도의 질문이었던 것 같은데 "대체 그게 왜 편한 UI죠? "라고 역으로 던질 수는 없으니…

결과적으로는 탈락했는데, 만일 되었다 하더라도 입사는 안 했을 것 같다. 일단 면접 중에 전 회사의 퇴사 이유를 물었는데 동일한 사유가 생가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기에 너무 당연하게 퇴사 하겠다고 했더니 (같은 이유면 당연한 거 아닌가?) 순간의 면접관들의 표정을 보고 어느 정도 결정이 되어버렸다. 거기에 어쨌든 나는 접근성 부분에 있어 많은 부분을 중점을 두고 싶었는데 (더욱이 마크업 개발자 채용이니까…) 면접관들의 질답을 통해서 느껴지는 건 "여긴 네가 원하는 걸 하는 조직이 아니야"라는 느낌…

반대로 내가 어떤 부분에 대해 조리 있게 알고 있지 못한 지에 대해 정리가 되었고, 어느 부분이 미흡하고 더 정리해야 할지를 알게 된 시간이기도 했다. but, 어쨌든 A사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생긴 것도 사실.

B사

B사는 오픈되어 있는 개인 이력서를 보고 A사 대표로부터 메일과 전화가 왔다.

FE 개발자를 채용 진행 중에 있었고, 당시는 아직 학습을 다시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터라 채용이 목적이라면 해당 부분에 대한 인지가 필요할 것 같다는 답변을 드렸는데, 채용과 별개로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회신이 돌아와서 부담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업무 방식이나 전문성에 대한 생각들이 비슷한 부분이 많아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기는 했으나, 프로덕트가 내가 지향하는 부분과는 차이가 있어 함께 하지 않는 쪽으로 결정을 했다. 지금도 가끔 그냥 그쪽으로 참여했어도 재밌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C사

C사는 헤드헌터를 통해 채용 절차가 진행되었다.

FE 개발자 채용이었고 해당 회사의 자격 요건에서 FE Frameworks에 대한 경험 요구가 있었는데 ("React, Vue.js 등 웹 프론트 프레임워크를 활용해 본 경험") 나는 이 부분에 대해 애매하다는 의견을 내비치었으나 헤드헌터 분으로부터 해당 건 외에 다른 요구사항들이 충분히 되니 일단 인터뷰를 진행해보면 좋겠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인터뷰에서는 주로 ES6에 대한 질문, C사의 서비스에 대한 질문이 이루어졌는데 문제는 역시 FE Framework였다. 해당 기업은 React로 구축이 되어 있었고 해당 구축자는 퇴사한 상황이었으며 나는 Vue.js를 학습 중에 있었다.

결국 이 문제로 탈락되었다. 당시 헤드헌터 분과의 통화에서 white lie일지는 모르겠으나, 기술 스택에 대한 부분들은 좋았으나 React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데에서 해당 기업에서 꽤 오래 고심했다고 했다. 보통은 하루면 답이 오는데 이 부분 때문에 결정을 하는데 오래 걸렸다고.

D사

D사는 지인을 통해 채용 절차가 진행되었다.

이전에 같이 일했던 백엔드 개발자분이었는데, 회사에서 이러이러한 FE 개발자를 채용하려고 하고 있는데 마침 내 생각이 났다며 연락이 왔고 몇 가지 질문이 오간 이후에 인터뷰를 보는 것으로 결정했다.

면접은 실무자 면접 없이 바로 임원 면접이었는데, 생각하건대 FED 면접을 진행할 수 있는 멤버가 없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실무자 면접이 없었기 때문에 당연하게(?) 기술 스택에 대한 질문은 없었고 개인의 경험이나 성향에 대한 질문으로 이루어졌다. 다만 질문 중 내가 좋아하지 않는 질문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느그 아부지 모하시노?… 보통의 면접 자리였으면 그 자리에서 그게 채용과 무슨 관계냐고 역으로 물었을 텐데, 지인 소개라 차마 그럴 순 없어서 그냥 대답을 하고 넘어갔지만 별로 좋은 인상을 주지는 못했다.

어쨌든 최종 면접까지 통과하기는 했으나, 연봉에 대한 부분이 협상이 되지 않아 최종적으로는 채용 진행이 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마지막 연봉에서 거의 800만 원을 깎았고, D사의 평균 연봉 인상률로는 마지막 연봉까지 다시 회복시키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되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협상 중에 결혼 여부를 묻기도 했었는데, 기혼이면 연봉을 더 올려주고 미혼이면 안 올려주려는 것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연봉 협상에 결혼 여부를 왜 물었는지는 지금도 물음표이고 그다지 좋지 않은 느낌으로 남아있다.

E사

E사는 채용 포털을 통해 지원하여 채용 절차가 진행되었다.

이곳의 채용 공고의 기본 요구 역량은 웹 퍼블리셔의 것이었고 (추가적인 것이 있다면 JavaScript의 능숙도 정도?) 우대 사항 요건들이 FE 프레임워크 사용 경험, 백엔드에 대한 이해, Google API 혹은 E사의 API에 대한 경험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막상 인터뷰를 들어갔을 때엔 공고에 나온 것들에 대한 질문은 거의 없었고 HTTP 통신, 비동기 통신과 비동기에서의 트랜잭션 처리, MSA에 대한 이해, 하이브리드 앱, 프로젝트 경험에 대한 질문들이 주를 이루었다. 솔직이 이쯤 되면 채용 공고 자체를 잘못 올린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 인터뷰였다.

물론 인터뷰 가운데 내가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를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가 되어지기도 했다. 결과는 탈락.

이직

연말에 이르러서야 이직 활동(?)이 끝났다. 현재 머무르게 된 곳은 ‘모하지 플랫폼’.

웹 퍼블리셔 베이스의 FE 개발자를 지향하는 업무 역할로 Vue.js 개발을 진행하게 될 것이고, 개인적인 희망으로는 웹 표준, 웹 접근성, SEO까지 전반적인 부분을 컨트롤 하고 누가 보아도 품질이 좋은 프로덕트를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19 계획

일단 현재 계획은 아직 잡아둔 것이 없다.

올해 git 스터디를 시작하면서 고민하기 시작한 gulp 스터디를 진행할까 고민 중이기는 하고 (물론 FE에서는 이미 gulp는 지나간 물건이기는 하지만 웹 퍼블리셔들에게는 또 유용할 도구이기는 한데 한편으로는 기술에 관심이 없는 이들이 더 많은 직군이 또 웹 퍼블리셔이기도 해서 사실할까 말까 계속 왔다가 갔다 중…), hexo 블로그 스킨 만드는 것 역시 준비 중이다.
현재는 선협님이 만든 overdose를 사용 중인데 웹 접근성, SEO, 확장성을 좀 더 고려한 스킨을 만들어보려고 하고 있다.

그 외로 ES 6, 7에 대한 좀 더 깊은 학습과 개인 토이 프로젝트를 하나 진행하는 것. 그리고 블로그를 제대로 좀 운영해 보는 것 정도로 꼭지를 잡아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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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멀더끙

접근성에 관심이 많은 Front-End Developer, 커피 애호가, 사진 찍기 좋아하는 여행 러버, 아직도 블로그 뭘 쓸지 모르겠는 초보 블로거, 그냥 이것 저것 개인의 생각을 끄적끄적이는 멀더끙의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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